20130606

AA09.복리의 실제 쓰임새-1

[저축의 ‘복리’는 낚시다]


단리와 복리의 차이를 알았으면, 이제 이자에 대해서는 다 안 걸까? 아직 절반만 안거야. 너의 돈을 빨아들이려고 복리를 과장하거나 아닌 척하는 트릭이 여기저기 널려있거든. 

예를 들어, 똑똑한 은행이나 보험에서 어설프게 복리에 대해 아는 너를 낚기 위한 떡밥으로 흔히 쓰는 게 복리야.  사채업자들이 널 폐가망신의 구렁텅이로 끌고 들어가는 기본 술수 역시 복리거든. 그리니까 정신 똑바로 차리려면 확실히 알아야해.

복리도 단리처럼 ‘원금’과 ‘시간’에 따라 돈 불어나는 게 크게 달라져. 특히 시간이 무서워. 기간이 길면 길수록 원리금이 갑자기 뻥튀기 된다는 사실 정도는 이제 알거야. 근데, 복리는 뻥튀기 타이밍이 단리보다 훨씬 빨리 와.

복리에서 시간이 무섭다는 걸 보여주는 흔한 일화가 뉴욕 인디언 이야기야. 뉴욕 맨해튼 섬에 조상대대로 평화롭게 살던 인디언들이 있었어. 1626년 얘네들이 양키 형님들 꾐에 빠져서 단돈 24달러에 이 섬을 팔았단 거지. 똥값이기는 하지만 만약 인디언들이 그 돈을 연 8%의 복리예금에 넣어뒀다면 어떻게 됐을까?

계산해보면 지금 200조 달러 가까운 천문학적인 돈이 돼(앞에서 본 그래프를 다시 한 번 떠올려봐). 이 정도면 세계 최고의 땅값을 자랑하는 맨해튼 섬을 3천개 이상 사고도 남아. 놀랍지? 그런데 350년 넘는 장기 복리예금을 받아주는 은행은 우주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함정.

사 실 냉정하게 따져보면 은행 예금이자는 복리가 정상이야. 1년 지나서 이자를 받았으면, 2년차 때 내가 은행에 맡긴 돈은 원금만 아니라 원금+이자가 되잖아. 그러니까 2년이 지나면 내 돈 전부(원금+이자)에 이자를 붙여주는 게 당연한 거지. 그런데 실제로 은행 예금은 거의 다 이자를 단리로 계산해. ‘복리예금’이라고 적혀있지 않으면 모두 단리 상품이야. 1년 예금해서 받은 이자는 원래 내 돈이 아닌 것 마냥 쏙 빼놓고, 2년차에도 애초 원금에만 이자를 붙여주는 거지.

당장 은행에 가서 팸플릿을 뒤져봐. ‘복리’라고 써진 예금상품이 있는지. 300년은 고사하고 30년짜리 복리상품은 눈을 씻고 봐도 없을 거야. 혹시 ‘복리 예금’이라고 광고하는 게 있다면 전단지 귀퉁이 작은 글씨를 찾아봐. ‘3년 만기’라거나 ‘5년 만기 3천만 원 한도’ 이런 식의 단서가 붙어 있을 테니까. 
앞에서 봤지만 3~5년 정도 예금하면 단리나 복리나 큰 차이가 없어. 예금할 수 있는 원금까지 제한을 두면 따지고 자시고 할 것도 없지. 그뿐이냐.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비과세 상품이 아니면 이자에 15.5%(이자소득세 14%+주민세 1.4%)의 세금까지 떼가잖아.

은행은 너보다 훨씬 똑똑하다. 그리고 절대로 너에게 1원 한 푼 더 주려고 하지 않는다. 계산해보면 장기로 예금하면 엄청난 이자를 줘야하는데 은행이 미치지 않고서야 10년짜리 복리상품을 팔겠어? 그러니 경제학 책 좀 보고 재테크 좀 해보겠다며 은행 창구 아가씨에게 “복리예금이 이자가 높다는데 그런 예금 없어요?”라고 물어보면 병신 인증.

복리를 주로 선전하는 건 은행이 아니라 보험사야. ‘복리저축보험’ 류의 이름으로 보험 아줌마들이 많이 팔았던 상품이야. 10년 동안 월 30만원씩 연이율 4% 월복리 상품이라고 하지. 그런데 여기서 ‘복리’는 낚시용 떡밥이야. 왜 그럴까?

일단 복리로 계산될 원금이 너무 작아. 10년간 내는 3600만원을 처음에 한 번에 넣고 연이율 4% 복리로 10년을 치는 게 아니잖아. 다달이 30만원씩 넣어서 적립하는 것이니까.

게 다가 이건 예금이 아니라 보험이야. 보험은 먼저 보험아줌마 수당 등등 적지 않은 돈을 ‘사업비’ 명목으로 먼저 떼가. 그 나머지가 적립되니까 원금은 더 적어지고, 이 돈에만 복리로 치는 것이니 이자가 얼마 안 돼. 만기에 쌓인 돈이 4430만원인데, 단리 정기예금에 비해 꼴랑 240만 원 정도 더 받는 정도야. 10년간 중도해지 않고 월 30만원씩 꼬박꼬박 넣었을 때의 보상이 이 정도란 것.

그래서 기간도 짧고 원금도 적은 중간에 해지하면 원금도 못 찾는 보험류의 복리 상품에 현혹되기보다 현실적으론 이자에 세금을 안 떼는 은행의 단리 비과세 정기예금이 더 나을 수 있다는 거지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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